우울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캐나다 생활 3년 차...
"캐나다에서 3년 살았으면 영어 잘하겠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하는데 내가 할 말이 없었다.
왜냐면 나의 영어 실력은 그대로이다.
남편이 캐나다행을 결심하고 나는 부랴 부랴 필리핀 영어 선생님과 화상으로 매일 1시간씩 영어 회화 수업을 5개월 했었다. 그리고 영어 쉐도잉 하는 어플에 가입해 몇 달 한 것이 다이다. 캐나다 오기 전 캐나다에 가면 영어 공부하는 게 훨씬 수월하고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서 2-3년 정도 캐나다에 살면 영어를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그때의 자신감과 기대가 컸기에 영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3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처음 왔을 때 보다 실력이 더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 작년부터 신장이 안 좋아 투병 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제일 우선이라 생각하고 한국 건강서적과 관련 동영상들을 보면서 영어는 완전히 뒷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는 캐나다이고 어딜 가도 영어를 써야 하는데 이렇게 영어 공부를 등한시해서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밀려온다. 동네 산책을 나가서 아이 학교 엄마를 만나도 반가운 마음보다는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간단한 말들과 담소는 나눌 수 있었는데 요즘 완전히 영어 귀는 닫고 사는 것 같다. 쉬운 영어를 하는대도 못 알아 들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너무 영어를 멀리 한 것 같아서 자책하게 된다.
아이는 이미 한국말 보다 영어가 편한지 혼자 놀 때 혼잣말도 영어로 잠자다가 잠꼬대도 영어로 할 정도의 수준이 된 것 같다. 이제는 영어보다 한국말을 잊어버릴까 신경을 써야 하는 지경이다. 확실히 아이들은 언어 습득 능력이 굉장히 빠르다. 어른은 영어를 사용할 때 한국말로 한 번 생각하고 영어로 바꾸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이는 모국어 쓰듯이 바로 영어로 말하고 알아듣는다. 부럽다. 그래서 이민생활을 오래 하신 한국분들이 외국에 오래 살았는대도 영어를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ㅠㅠ
아이를 일주일에 한번 한글 교실에 보내고 있다. 화요일 저녁 6시에서 8시 30분까지 2시간 반 가량 한글 공부를 한다.
사실 그 정도는 아이가 한글을 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래서 집에서 매일 조금씩 읽기, 쓰기 공부를 시키고 집에서는 무조건 한국말을 사용하게 교육을 시키고 있긴 하지만 아이가 클수록 점점 영어가 편해지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학교에서 6시간씩 영어로 교육을 받고 친구와 영어로 얘기를 하니 편해질 수밖에.
캐나다에서 20년을 산 지인이 귀띔해줬다. 아이에게 꼭 한국말을 가르치라고 했다.
그분은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캐나다에 왔었는데 영어를 못해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서 집에서 항상 영어만 사용하게 하였다. 그분의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어린 시절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는데 스스럼이 없었다. 학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를 위해 영어만 사용하게 하였는데 그 결과 아이는 한국말은 다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다 성장한 아이는 엄마를 원망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친천들을 만나러 한국에 갔다가 한국말을 못 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지난 번 우리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사람들끼리 한국말이 다 통화지 않으니 불편하긴 했다.
나는 아이에게 " 집에서는 한국말을 사용해.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와 대화를 못하잖아"라고 얘기하며 한국말을 사용하게 하고 티비 프로그램들도 한국말로 된 것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아이는 한국말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고 나와 남편은 영어를 못 해 아주 애를 먹고 있다.
남편도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해외 출장도 많이 다니고 해외 파견 업무도 했었고 영어로 회의도 진행했었다. 그래도 10-20프로 덜 들린다고 힘들다고 했다. 몸이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또 덜 들린다고 한다. 남편은 캐나다에서 컬리지를 다니고 캐나다 회사에 입사를 했고 심지어 캐네디언도 들어가기 힘든 좋은 회사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영어가 클리어하게 모국어처럼 들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외국에서 살려면 언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가족들이 한국사람이고 한국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에는 영어를 맘먹은 것처럼 쉽게 배우기가 힘이 든다.
내가 아는 지인 중 남편이 캐네디언인 분이 몇 분 있다. 그분들은 영어를 잘한다.
매일 일상에서 영어에 노출이 되고 영어를 사용해야 영어가 느는데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쉽지가 않다.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인 사람들에게 결혼하기 전 한국사람이 없는 곳에 혼자 어학연수를 가서 영어를 배우라고 조언해준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나도 아이가 좀 더 크고 여력이 생기면 혼자 한국과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1년 정도 아니 6개월이라도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캐나다는 착한 나라이고 여유를 갖고 살게 해준다. 하지만 그만큼 노력하고 넘어야 할 산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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